요즘 일주일에 한번 기타를 배우러 다닌다. 김광석 동호회에서 알게 된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기타를 가르쳐주고 있다. 물론 그 시간만 기타를 만지는 터라, 어정쩡한 나의 태도에 대해 선생님이 자주 분노하신다. 고운 손 간직하여 어디에 쓰려냐고-0-

하이튼, 기타를 배우러 가든, 회의를 하든, 당구를 한게임 치든, 대부분의 일과가 10시가 넘어서 끝나는 관계로 집에 등을 붙이고 TV를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집에오면 게임에 바둑에 미드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무척 고되다. 취침에 드는 것은 항상 3시가 넘어서야 가능한데도 집중을 못 하다보니 무언가 머리 속에 남는 것이 없이, 마치 필름 끊긴 이처럼 시간을 흘린다.

아마 어제도 그런 매가리를 가지고서는 티비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명세 감독이 만든 M이라는 다큐 비스무리 한 것이었는데, 자신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하나하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포멧이었다. 강수연이 나오고, 박중훈이 나오고, 강동원이 나오고, 장동건이 나오고.. 그러다 최진실이 나왔다. 그러다 왈칵 눈물이 났다.

기억이라는 것이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추억하는 것이기에 100%라고 확정짓는 것이 나의 오만함을 확인하는 것일 때가 종종 있다. 즉 불완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세포 깊숙히 박혀 있는 그때의 촉감이 반응하여 지금의 감흥을 간지럽힌다. 아마도 최진실이 나에게 그런 존재였을 듯 싶다. 줄거리나 같이 출연했던 배우들을 자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여도, '영후야~'라고 외치며 최수종에게 달려들며 카메라가 주위를 도는 장면만이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뿐이더라도, 그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감정에 대한 촉감은 아직 뇌세포가 기억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아마도 폴 뉴먼이 죽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그 어느 술집에서 흘린 눈물도 마찬가지 반응이였으리라 짐작한다. 아마도...

누군가가 나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을 생각하다, 문득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나를 짐작해 본다. 감추려 했던 무언가를, 내가 안다는 것을 모른 척 했다는 것을 알까 모를까. 알았다면 그것을 모른 척 했다는 것을 난 왜 몰랐을까. 뭐 이런 생각이 들고 그로 인해 나에 대한 촉감이 어떠 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장소성이 어떤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친구가 된다는 것이, 친구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를 새삼 느꼈다.

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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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햅.